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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에이리얼 어쿠스틱스 모델 5B – 호방한 아메리칸 사운드의 유전자

By Fullrange date 14-04-15 19:41 1 9,125




 




지인들에게서 오디오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가 많다. 주로 오디오를 구입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겠냐는 이야기다. 그 지인이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 사람이라면 대답은 간단하다. 요즘 오디오라는 것이 거기서 거기니까 예산 안에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하고, 인기가 좋은 제품들을 몇 종류 나열해주면 된다. 하지만 그 지인이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경우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가 어떤 장르의 음악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볼륨으로, 그리고 어떤 시간대에 듣는지 알아야 한다.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과 악기를 알아야 하며 그가 어떤 느낌 때문에 그 곡을, 그리고 그 악기를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세세한 것들을 조금씩 알아 가면 그와 어울리는 오디오의 윤곽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아니 낼 가능성이 높은 기기들을 추천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료’들을 요리해서 원하는 ‘맛’을 내는 것은 그의 몫이 된다. 오디오라는 것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나 추천해주는 사람에게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아메리칸 사운드와 브리티쉬 사운드



예전에 ‘아메리칸 사운드’와 ‘브리티쉬 사운드’는 오디오 기기, 특히 스피커를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요긴하게 사용했던 개념이었다. 미국은 집들이 넓은 것은 물론, 호화로운 소비문화로 인해 ‘좋았던’ 50~60년대부터 대형 스피커들과 대출력 분리형 앰프들이 크게 발달했다. 반대로 영국의 오디오는 우리와 비슷한 주거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실용주의의 전통 때문인지 소형이나 중형 정도의 스피커들이 많이 생산되었고, 앰프도 그리 크지 않은 출력을 가진 분리형 앰프, 나아가 인티앰프들이 주종을 이루게 되었다.

두 ‘사운드’의 음색은 아예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는데, 아메리칸 사운드는 대범하고 시원하며 남성적이었으며, 따라서 미국산 오디오로 특히 재즈나 대편성 클래식을 큰 음량으로 듣게 되면 그 호방함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브리티쉬 사운드는 단정하고 검소한 외관에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우며 따듯한 음색을 지녀서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특히 BBC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북셀프 스피커들은 클래식 음악을 기품있게, 어쿠스틱 악기의 울림을 감칠 맛 나게 표현해주었다.

그래서 재즈나 팝 애호가들에게는 JBL과 같은 미국산 스피커, 클래식 애호가에는 탄노이와 같은 영국산 스피커를 권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슷하게 대편성, 대음량파들에게는 미국산, 소편성, 소음량파에게는 영국산 기기가 대체로 잘 맞았고. 피아노에는 미국산, 현악기에는 영국산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엉성한 처방이 대체로 잘 먹혔던 것을 생각하면 그 때는 오디오라는 것이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나 추천해주는 사람에게나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개성이 사라지는 시대


하지만 요즘은? 서운하게도 요즘 제품에서는 이런 개성을 느끼기 어렵다. 미국이건 영국이건 TV가 대형화되면서 넓적하고 커다란 인클로저를 지닌 스피커들은 거의 멸종되다시피 했고, 대신 앞 폭이 좁아지고 뒤쪽으로 긴 인클로저를 가진 소위 ‘톨보이’형 스피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스피커에 사용되는 유닛도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었는지 몇몇 인기 높은 회사의 제품들 밖에는 보이지 않아, 스피커의 외관만 척보고 어느 회사 제품인지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유닛이 획일화되다보니 음색도 거기서 거기다. 유닛을 직접 개발할 능력이 없는 소규모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겠지만, 취미의 영역으로서 미묘한 ‘뉘앙스’를 다루는 오디오 기기에서 ‘개성’의 실종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본지 시청실에서 에이리얼 어쿠스틱스의 모델 5B를 처음 보았을 때도 특별히 개성적이거나 인상적인 부분은 없었다. 옆에서 얼핏 보고 비엔나 어쿠스틱스의 신제품이거니 했을 정도다. ‘요즘엔 왜 다들 똑같이 만드는데?’ 하며 정면을 보는데 어라? 1인치 티타늄 돔 트위터가 눈에 띈다. 우선 반갑다. 한때 JBL을 필두로 스피커 메이커나 애호가들이나 티타늄 트위터의 직선적이고 밝은, 게다가 쭉쭉 뻗는 시원한 고음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다. 금속의 고유 성질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진 문제가 걸리지만, 적당한 기술로 이를 피할 수 있다면 티타늄은 트위터 소재로는 최고로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케블라로, 세라믹으로, 베릴륨으로 트위터의 진동판은 쉴 새 없이 변천했다.

재미있는 것은 몇몇 메이커들의 태도다. 어떤 유닛이 새로 등장해서 관심을 끌게 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이를 장착하여 신제품을 내는 것이다. 신소재 트위터를 써서 무엇이 어떻게 좋아졌다는 낯간지러운 수사들과 함께 예전 제품을 몹쓸 제품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라는 에이리얼 어쿠스틱스에서 티타늄 돔을 쓴 북셀프라니... 얄팍한 시장 상황과 타협하지 않는 메이커의 고집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독특한 포름. 작은 스피커에 큰 유닛



소리가 궁금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편집부에서 볼 때 꽤 크게 느껴졌는데, 집에 가져와서 보니 LS3/5A와 비교하여 전면 폭과 높이가 1cm 정도 큰, 조그마한 스피커다. 그런데 미드 우퍼의 직경은 180mm다. LS 3/5A의 우퍼가 110mm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 크기의 인클로저에는 너무 큰 유닛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대신 인클로저의 깊이를 275mm로 키워 인클로저의 용적을 확보한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사이즈보다 훨씬 크게 보이는데, 인클로저도 보기 드문 밀폐형으로, 보면 볼수록 개성적인 구성이다. 인클로저에 비해 큰 우퍼의 음압을 견뎌내고, 공진을 방지하기 위해 1인치의 두꺼운 MDF로 인클로저를 만들고 내부 보강에도 만전을 기했다고 하는데, 정통적인 방식으로 우직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과연 미국산 스피커답다. 



 


스펙을 보면 재생 한계는 2dB 밴드에서 60Hz ~ 22kHz에 달한다. 인틀로저가 밀폐형임을 생각하면, 그리고 겉보기와 달리 ‘작은’ 스피커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수한 스펙이다. 베이스 리플렉스 형 인클로저를 사용하면 저역 재생 한계를 조금 더 낮출 수 있겠지만, 덕트 때문에 부풀어 오른 소리가 따라온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크로스오버는 2.5kHz로 표준적인 설계. 네트워크 부품들은 에폭시 글래스 기판에 은납으로 고정되며 배선은 고순도 동선을 사용했다. 임피던스는 4옴, 음압은 표준 조건에서 86dB로 비슷한 형식의 ATC SCM20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은 매력 만점의 개성



소리를 들어본다. 매킨토시 MA6200을 연결하고 첫 음이 울리는 순간 굵직한 음에 깜짝 놀랐다.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고 후련한 소리. 요즘 흔히 보이는 비슷비슷한 스피커들과는 분명히 ‘궤’가 다른 소리다. 그런데 가만, 이건 분명히 예전 아메리칸 사운드다, 그 중에서도 동부의 소리다(JBL로 대표되는 서부 사운드는 상쾌하고 선명한 고역이 특징이고, AR이나 EV로 대표되는 동부 사운드는 중저역이 풍성하고 음영이 짙다). 확인해보고자 인터넷을 뒤져보니 에이리얼 어쿠스틱스의 본거지는 역시 동부의 메사추세츠... 지금은 희미해진 아메리칸 사운드, 그것도 동부의 아메리칸 사운드의 유전자가 이 작은 스피커에 고스란히 살아있는 것이다.

 

 


 

풍성한 중저역이 5B 음색의 가장 큰 특징이라 여겨지는데, 튼튼한 인클로저와 커다란 우퍼가 절묘하게 조화되는 듯하며, 인클로저에 손을 대봐도 울림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흥겨움에 볼륨을 필요 이상으로 자꾸 올리게 되는 것은 5B가 좋은 음을 가진 스피커라는 방증. 큰 소리로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특히 재즈와 록에는 발군의 능력. 요즘 해상도만 강조한 일부 스피커에서 악기들의 현란한 음에 중요한 보컬이 흐릿하게 묻혀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스피커는 보컬을 중심으로 악기들이 보조하는 보기 좋은 전망을 그려낸다. 티타늄 트위터의 직선적이며 쭉쭉 뻗는 고역은 야성적인 느낌도 섞여 있어서 결과적으로 ‘록심’과 꼭 맞는다. ‘바로 이 맛이야!’를 연발하면서 꺼내 본 대편성 클래식 곡들도 풍성한 울림으로 스케일을 멋있게 살려주어 합격. 피아노 소리는 타격이 시원하지만 왼손의 울림이 굵고 풍성해서 다른 소형 스피커처럼 환각적으로 반짝이거나 투명한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오히려 훨씬 큰 스피커의 음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저음이 두드러지지 않은 소편성 실내악 곡에서는 무대가 살짝 뒤로 물러서며, 현이 다소 뻣뻣한 느낌이 있다.


 
 


결론을 내자. 모델 5B는 다른 스피커와는 차별화되는 분명히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 이런 기기가 많아져야 애호가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자신만의 소리를 구현하기에 유리할 것은 자명하므로 모델 5B의 출현에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에이리얼 어쿠스틱스의 5B로 인해 호쾌한 아메리칸 사운드를 좁은 공간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개성이 실종된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작은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보니, 문득 파릇파릇 했던 이십대의 내 모습이 보였다. 청계천의 오디오 상가에서 평소 동경하던 커다란 미국산 스피커에서 나오는 풋 드럼의 일격에 가슴을 정통으로 얻어맞는 모습... 그 사건으로 인해 오디오는 내 삶에 아주 깊이 자리 잡았던 것이다.



 

Specifications  
   
Frequency Response 60Hz to 22kHz ±2dB, -8dB at 50Hz
Sensitivity 86dB at 2.83 Vrms and 1.0 meter on axis
Impedance 4Ω nominal, 3Ω minimum, low reactance
Power Requirements 50 to 200 watts (8Ω rating) recommended
Woofer 7.1" (180mm) cast magnesium alloy frame driver
Damped bilaminate composite cone
Large vented magnet structure with long-stroke coil
Tweeter 1.0" (25mm) precision titanium dome
Large magnet structure with deep rear chamber
Flared pole vent and 5 surrounding vents
Crossover 2.5kHz
Glass-epoxy PCB. High-purity copper wiring
Premium passive components. Silver solder
Cabinet Minimum resonance 1" MDF walls
Extensive internal bracing. Tongue and groove joints
Matched pairs in architectural veneers. High gloss finishes
Connections Four gold-plated binding posts with copper jumpers
Bi-wire and bi-amp capable
Optional Stands Rigid 25" tall 40 lb sand-filled steel stands with spikes
Dimensions (HWD) 13.0 × 7.9 × 10.8" (330 × 200 × 275mm)
Weight 22lbs (10kg) - 48lbs (22kg) per pair pac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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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1)
  • 유민

    14-05-20 13:19

    한번 꼭 써보고 싶네요. AR과 EV를 제대로 들어본적인 없어서 미국동부 사운드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락과 재즈에 좋다고 하시니 구매욕이 상승하네요. 짧지만 간결하고 명확한 리뷰 감사합니다.
    카잘스오디오는 어디에 있는 곳인가요? 인터넷으로 본것 같긴 합니다만,,,, 기회되면 카잘스에서도 들어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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